13편. 비폭력 대화(NVC) - NVC는 훈육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규칙과 공감의 균형 찾기)
비폭력 대화(NVC)를 실천한다고 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이를 혼내지 않으면 버릇 나빠지지 않나요?”,
“공감만 하면 규칙은 누가 세우죠?”
많은 사람들이 NVC를 ‘무조건 아이를 이해해주는 방식’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비폭력 대화는 결코 훈육을 포기하는 육아가 아니다.
오히려 NVC는 경계를 분명히 하되, 그 안에 감정과 욕구를 담아내는 훈육법이다.
이번 글에서는 NVC를 통해 규칙과 공감을 어떻게 균형 있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실제 일상 속 예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1. 규칙 없는 공감은 불안만 만든다
아이에게 공감만 하고, 제한을 주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도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는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부모와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예시 1 – 허용만 한 경우
아이가 게임을 1시간 더 하고 싶다고 떼를 씀
부모: “그래, 오늘은 그냥 해. 엄마도 피곤해.”
→ 아이는 순간 기쁘지만, 이후 “왜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돼?”라며 혼란을 느끼게 된다.
비폭력 대화는 경계와 규칙을 세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지시나 명령’이 아니라, 공감과 설명이 있는 요청으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 NVC식 훈육의 핵심 – 규칙 + 감정 + 욕구를 함께 말하기
비폭력 대화는 아래 3가지 요소를 함께 말하는 방식이다.
구성 요소 | 예시 문장 |
규칙 | “게임은 하루 1시간까지만 해” |
감정 | “엄마는 네가 너무 오래 하면 걱정돼” |
욕구 | “건강하게 자라고 집중력도 지켜주고 싶어” |
이렇게 하면 아이는 ‘안 돼’라는 말을
공격이 아닌 배려와 관심으로 받아들인다.
3. 실제 사례 – “그만 놀아!” 대신 “지금 멈추자”라고 말한 날
<상황>
아이가 밤 10시가 넘도록 블록을 정리하지 않고 놀이를 계속함.
<기존 반응>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놀고 있어?”
“그만 놀아! 지금 당장 자!”
→ 아이는 억지로 눕지만, 짜증을 내고 잠을 거부함.
<NVC식 반응>
“너무 재미있어서 더 놀고 싶지? 그런데 지금은 밤이 늦었어.
엄마는 네가 내일 피곤할까 봐 걱정돼.
우리 5분 뒤에 마무리하고 정리하자. 도와줄게.”
→ 아이는 투덜거리면서도 “5분 후”라는 조건을 받아들였고,
그날 밤은 갈등 없이 마무리됐다.
이 경험은 규칙을 지키면서도 감정을 존중하는 훈육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공감과 규칙 사이에서 균형 잡는 3단계
비폭력 대화식 훈육은 다음과 같은 3단계를 통해 구성된다.
1단계: 감정을 먼저 읽는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있겠구나”
“지금 그만두기 싫은 거야, 그치?”
2단계: 규칙을 명확히 말한다
“지금은 잠자기 시간이야. 매일 이 시간에 자는 게 약속이야.”
3단계: 욕구와 협력 요청
“건강하게 자라려면 잠이 중요하잖아. 같이 마무리해보자.”
→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제한’이 아닌 ‘보살핌’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5. 규칙을 세우는 것이 사랑이다
NVC에서 공감은 규칙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더 효과적으로 지켜지도록 돕는 도구다.
“안 돼!” 한마디보다
“지금은 안 돼, 하지만 네 마음은 이해해”라는 말이
아이에게 더 오래 기억된다.
규칙은 집안의 안전을 지키는 울타리이고,
공감은 그 울타리를 부드럽게 만드는 쿠션이다.
둘 다 있어야 아이는 자유 속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마무리 – 공감한다고 해서 다 허용하는 건 아니다
비폭력 대화는 허용이 아니다.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존중하면서도,
부모가 정한 규칙과 기준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오늘 아이와의 대화에서
“그건 안 돼”라고 하기 전에 이렇게 말해보자.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돼.
하지만 이건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이야.
같이 지킬 수 있을까?”
이 짧은 말 하나가
공감과 규칙이 공존하는 훈육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요약
- NVC는 공감과 규칙의 균형을 지향한다
- 지시 대신 감정과 욕구를 함께 말한다
- 규칙은 울타리, 공감은 쿠션
- “이해는 하되, 허용은 하지 않는” 태도가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