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비폭력 대화(NVC) – 부모가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
많은 부모가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또 소리를 질렀어요”라고 말한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오고,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고는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다. 하지만 화를 참는 것이 해답일까? 아니다. 비폭력 대화(NVC)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말로 풀 수 있어야 아이와의 대화도 평화로워진다. 이 글에서는 부모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인식하고 표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천 팁을 다룬다.
1.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 대화는 무조건 감정적이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울음, 고집, 거짓말, 장난, 짜증 등은 부모의 감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때 대부분의 부모는 감정 자체를 인식하지 않고 반응부터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먹지 않을 때,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왜 또 안 먹는 거야!”
“엄마가 몇 번을 말했니?”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이 말들 속에는 ‘짜증’, ‘답답함’, ‘걱정’, ‘불안’ 같은 감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부모가 그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면 말투는 날카로워지고, 대화는 ‘지시’나 ‘통제’로 변질된다.
이때 아이는 행동을 수정하지 않고, 부모의 감정만 받아들이며 불안과 반발심을 키우게 된다.
2.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감정을 '말'로 다뤄야 한다
부모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참아야지”, “지금은 말하면 안 돼”, “애 앞에서 티 내면 안 돼”
하지만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표정, 어조, 행동으로 스며나올 뿐이다.
실제로 억눌린 감정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드러난다:
- 말은 안 하지만 얼굴이 굳는다
- 짜증 내지 않으려 하지만 말끝이 짧아진다
- 아이의 사소한 실수에도 과하게 반응한다
- 평소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빠르게 말한다
이런 반응은 아이에게 혼란을 준다. 아이는 "엄마가 왜 갑자기 무서워졌지?"라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 불안은 아이의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부모-자녀 관계의 신뢰를 조금씩 무너뜨린다.
3.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갈등이 줄어든다
비폭력 대화(NVC)에서는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대신, 정확한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화났어”보다는 감정의 뿌리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짜증나 | 지쳤어, 무시당한 느낌이야 | 내 말이 존중되길 원해 |
화났어 | 실망스러워, 불안해 | 아이가 책임감을 갖길 바람 |
서운해 | 인정받고 싶었어 | 노력한 걸 알아줬으면 함 |
부모가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이도 그 감정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반응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운다.
4. 감정을 말하는 부모의 용기 – 아이는 그것을 기억한다
아이 앞에서 감정을 말하는 것은 부모에게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말할 줄 아는 부모는 정서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예시 1
“엄마가 오늘 회사에서 너무 지쳤어. 그래서 네 말에 바로 반응하지 못했어. 잠깐만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
예시 2
“아빠가 너한테 화내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문을 세게 닫을 때 당황했어. 다음엔 대화로 풀 수 있으면 좋겠어.”
이런 표현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아이에게 정서적 신뢰를 만들어주는 대화 방식이다.
아이는 "부모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말하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5. 감정 표현은 아이의 정서 지능을 키우는 교육이 된다
부모가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훈육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감정을 말하는 능력은 자기조절력, 공감력, 문제 해결력과 직접 연결된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부터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 타인과의 갈등 상황에서 대화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 자기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 분노, 좌절 등을 행동이 아닌 언어로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즉,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방식 자체가 아이에게 **‘감정 교육’**이 된다.
마무리 –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감정을 연결해야 한다
비폭력 대화는 ‘감정을 참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솔직하게 나누는 용기’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말로 표현할 때, 아이와의 대화는 단순한 훈육이 아닌 정서적 연결이 된다.
오늘 하루,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하나 말해보자.
“엄마가 오늘 외로웠어”
“아빠는 지금 조금 지쳤어”
이 한마디가 아이와 당신의 관계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