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비폭력 대화(NVC) -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현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엄마, 싫어!”, “너무 짜증 나!”, “몰라! 그냥 다 싫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의 말은 부모에게 적잖은 당황을 안긴다.
특히 외부에서, 혹은 가족끼리 평온한 시간을 보내려는 순간에 이런 말이 터지면
부모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쉽다. "왜 또 그래?", "지금 그럴 때야?"라고 하면서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존재다.
비폭력 대화(NVC)는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1. 아이의 부정적인 말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많은 부모는 아이가 “싫어!”라고 말하면 화부터 낸다.
하지만 그 한 마디는 ‘감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이가 말하는 “싫어”에는 여러 감정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싫어!" | 불안, 피로, 긴장 | 안전, 쉬고 싶은 욕구 |
"다 필요 없어!" | 좌절, 상실감 | 위로, 이해받고 싶은 욕구 |
"몰라! 그냥 나가!" | 분노, 창피함 | 거리두기, 자율성 필요 |
아이의 부정적인 언어는 사실 내면에서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감정을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리로 통제하려 하면,
아이의 정서는 더 강하게 저항하게 된다.
2. 감정이 올라올 땐, 논리보다 연결이 먼저다
아이의 감정은 갑작스럽고, 예고 없이 올라온다.
그럴 때 많은 부모는 문제 해결을 먼저 하려고 한다.
예:
아이가 짜증을 내며 "학교 가기 싫어!"라고 말하면
부모는 "그건 누구나 그래. 그래도 가야 해"라고 응답한다
이 말은 사실상 아이의 감정을 무시한 말이다.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함께 있어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연결을 만드는 말의 예시:
- “학교가 싫을 만큼 뭔가 힘든 일이 있었던 거야?”
-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속상하거나 지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 “엄마는 네가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 말해줘도 괜찮아”
이런 말은 해결이 아니라 공감의 공간을 열어주는 언어다.
3. 부모가 감정을 수용하면,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기 시작한다
감정은 억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외면당한 감정은 더 크게 폭발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짜증 내며 물건을 던졌을 때
부모가 “그만 좀 해!”라고 소리치면, 아이는 겉으로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내면의 감정은 더욱 억눌리고 분노로 남는다.
반면, 부모가 다음과 같이 반응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너무 속상해서 던지고 싶을 만큼 감정이 올라왔구나.
엄마는 네 마음을 알고 싶어. 말해줘도 돼.”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서서히 진정하고, 스스로 감정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이 과정이 바로 감정 조절력의 출발점이다.
감정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4. 감정을 들어주는 기술 – 경청 + 이름 붙이기
비폭력 대화에서 강조하는 감정 수용 기술 두 가지는 매우 간단하다.
- 경청: 판단하지 않고, 침묵하며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기
- 감정에 이름 붙이기: 아이가 말하지 못한 감정을 부모가 조심스럽게 짚어주기
아이의 말 | 숨은 감정 | 감정의 이름 | 감정 뒤 욕구 | 적용 가능한 말 |
"다 싫어!" | 혼란, 피곤함 | 지쳤구나, 복잡했구나 | 쉬고 싶음, 정리하고 싶음 | “너무 지쳐서 다 싫게 느껴지는 거구나. 엄마가 좀 도와줄게.” |
"엄마 미워!" | 분노, 실망 | 속상했구나, 서운했어 | 이해받고 싶은 마음 | “엄마가 네 마음을 잘 몰라줘서 속상했구나.” |
"나 안 해!" | 좌절, 포기 | 실망했구나, 자신 없어졌어 | 성취하고 싶은 욕구, 지지 | “하기 어렵게 느껴졌구나. 엄마랑 같이 해볼까?” |
"울지 마!"(동생에게) | 질투, 불안 | 질투났구나, 혼란스러웠어 | 관심 받고 싶은 욕구 | “지금은 엄마가 동생한테만 신경 쓰는 것처럼 느껴졌구나.” |
"몰라!" | 당황, 회피 | 혼란스러웠어, 말하기 어려웠지 |
존중받고 싶은 욕구 |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구나.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아이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5.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부모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아이는 “화내지 마”, “울지 마”, “그런 말 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
그 결과,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부정하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부모가 감정 표현을 허용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기다려주기
- 감정 표현을 비난하지 않기
-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감정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감정을 나쁘다고 여기지 않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
마무리 –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감정과 함께 있어주자
아이에게 필요한 건 해결책보다 공감이다.
감정이 올라올 때,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누군가가 자기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부모가 그 감정을 받아들여줄 때,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오늘 아이가 “싫어”, “짜증 나”, “몰라”라고 말한다면,
그 말 뒤에 있는 감정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이렇게 말해보자.
“그렇게 말할 만큼 마음이 힘들었구나.
엄마는 네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보고 싶어.”
이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요약
- 감정은 억누르는 게 아니라 읽어주는 것
- 부정적 말 뒤엔 정당한 욕구가 숨어 있다
- 경청 + 감정 이름 붙이기가 핵심 기술
- 감정 표현이 허용되는 집은 아이의 자존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