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떼를 쓰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이유 없이 거짓말을 할 때
많은 부모는 그 ‘행동’ 자체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왜 자꾸 그래?”, “또 시작이야?”, “그만 좀 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는 말하고 있다. 단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언어로.
비폭력 대화(NVC)에서는 이런 행동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행동은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본다.
부모가 이 욕구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면, 대화는 갈등이 아닌 연결의 기회가 된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욕구’를 어떻게 읽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1. 아이의 문제 행동, 진짜 문제일까?
아이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특히 감정이나 욕구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발달 초기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는 행동으로 말한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떠올려보자:
- 아이가 장난감을 집어 던진다
- 동생을 갑자기 밀어버린다
- 엄마 말에 반응하지 않고 TV만 본다
- 아무 이유 없이 “싫어!”만 반복한다
이런 행동만 보면,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NVC에서는 이 행동을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 행동 뒤에 아이가 어떤 욕구를 표현하려는 걸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2. 욕구는 감정 뒤에 숨어 있다 – 욕구 읽기의 기본 구조
비폭력 대화는 대화를 다음과 같은 네 단계로 본다:
- 관찰
- 감정 인식
- 욕구 파악
- 요청
이 중에서 3번째인 ‘욕구 파악’이 핵심이다.
감정은 항상 어떤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즉, 아이가 화를 내는 건 '화를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TV 꺼졌다고 울부짖음 | 분노, 좌절 | 즐거움 유지, 선택권 |
동생에게 소리침 | 질투, 불안 | 주목받고 싶은 욕구 |
거짓말로 변명 | 두려움, 수치심 | 비난 회피, 보호 욕구 |
부모에게 무조건 “싫어” | 반항, 긴장 | 독립성, 존중받고 싶은 욕구 |
여기서 부모가 “왜 또 그러니!”라고 반응하면 욕구는 무시되고 갈등은 커진다.
하지만 부모가 “너 지금 뭔가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엄마가 잘 들어줄게”라고 말하면
아이의 감정과 욕구는 수용되고 갈등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3. 행동을 문제로 보지 않고 ‘신호’로 바라보는 시선 만들기
부모가 매일 마주치는 행동들 중 상당수는 사실 욕구의 표현이다.
그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는 반복해서 잘못된 해결 방식을 쓰게 된다.
예:
✅ 아이가 갑자기 짜증을 내고 소리 지름
❌ 해결 방식: “왜 짜증을 내!”, “조용히 해!”
✅ 전환 방식: “무언가 원하는 게 있는데 잘 안 돼서 속상한 거야?”
이렇게 되면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감정의 원인을 자기 스스로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부모가 욕구를 보는 시선을 가질수록, 아이는 행동 대신 말로 표현하는 힘을 배우게 된다.
4. 부모가 욕구를 먼저 인식하면, 아이도 따라 배운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욕구’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욕구를 가지고 있고, 욕구 그 자체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그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부모가 스스로의 욕구를 먼저 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
“엄마는 지금 조용히 있고 싶은 욕구가 있어. 잠깐만 쉬고 다시 이야기하자.”
“아빠는 네가 스스로 숙제를 하는 걸 보며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
부모가 욕구를 표현하면, 아이는 욕구를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받는다.
이것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정서적 안전을 만들어준다.
5. 욕구 파악이 가능한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들리게’ 만든다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아이는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부모가 자신의 진짜 욕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동을 바꾸려 하지 말고, 욕구를 읽으려는 자세를 가져보자.
그 순간부터 대화는 더 이상 통제가 아니라 이해가 된다.
마무리 – 아이의 반항과 울음 뒤에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진다.
비폭력 대화는 아이의 겉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목소리’를 듣는 연습이다.
오늘도 아이가 짜증 내고 반항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왜 그래!”라고 하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아이는 지금 어떤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이 당신과 아이 사이의 새로운 대화를 열어줄 것이다.
'비폭력 대화(NVC)' 카테고리의 다른 글
4편. 비폭력 대화(NVC) – 관찰과 평가를 분리하는 법 (0) | 2025.06.29 |
---|---|
2편. 비폭력 대화(NVC) – 부모가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 (0) | 2025.06.29 |
1편. 비폭력 대화(NVC)란 무엇인가 –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대화 법의 본질 (0) | 2025.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