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C(비폭력 대화)의 개념을 아무리 배워도, 막상 아이 앞에 서면 말이 잘 안 나온다.
분명히 감정을 공감하고, 욕구를 들여다보고, 평가를 내려놓으려고 했는데도,
결국 “하지 마!”, “그만해!”, “엄마가 몇 번을 말해?” 같은 말이 먼저 튀어나오게 된다.
나도 그랬다. 그러다 하루 10분, 아이와의 대화를 기록하는 ‘NVC 대화 일기’를 시작했다.
이 작은 습관은 내 말투뿐 아니라, 아이의 반응, 그리고 우리 관계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글에서는 실제 일상 속에서 비폭력 대화를 적용한 기록을 중심으로,
어떻게 실천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나눈다.
1. 왜 대화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나는 매일 아이와 다툰 후, 후회하는 시간을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가 울거나 짜증을 낼 때, 나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내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만 왜 감정을 참으라고 하는 걸까?’
이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그러던 중, 비폭력 대화를 배우면서 ‘하루 10분 대화 일기’를 제안받았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저녁, 아이와의 하루 중 ‘한 장면’을 고르고, 그때 어떤 감정과 말이 오갔는지 짧게 써보기로 했다.
2. 일기 1일 차 – “또 울어?” 대신 “뭔가 속상했구나?”
<상황>
아이(6세)가 장난감이 망가졌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함.
나는 평소 같으면 “또 왜 울어?”라고 했을 장면.
<시도한 문장>
“그 장난감 고장 나서 속상한 거야? 엄마도 그런 일 있으면 속상할 것 같아.”
<결과>
아이의 울음이 금방 멈췄다.
“응… 망가졌어…”라고 말하면서 안기더니,
그 후로는 화를 내기보다 말을 하려 했다.
이날 나는 ‘감정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처음 실감했다.
3. 일기 4일차 – “그만 떠들어!” 대신 “엄마 귀가 너무 피곤해”
<상황>
아이의 말이 쉴 새 없이 이어지던 퇴근 후 저녁 시간.
나는 피곤했고, 솔직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시도한 문장>
“지금 엄마 귀가 너무 피곤해서, 10분만 조용히 있다가 이야기해 줄래?”
<결과>
아이는 처음엔 “왜?”라고 했지만, 잠시 후
“그럼 10분 후에 말해도 돼?”라며 나를 바라봤다.
내 욕구를 설명하고 부탁한 것만으로도 아이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경험을 통해 내 감정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4. 일기 7일 차 – “화내지 마!” 대신 “화를 내고 싶은 만큼 화내도 괜찮아”
<상황>
아이와 놀이하다가 내가 장난감 규칙을 바꾸자 아이가 울며 화를 냈다.
<시도한 문장>
“화를 내고 싶은 만큼 내도 괜찮아. 엄마가 너랑 계속 있고 싶어.”
<결과>
아이는 처음엔 울고 짜증을 냈지만, 3분쯤 지나자 내 무릎에 와서 안겼다.
“엄마가 미워서 화난 거야”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처음으로 ‘화가 나도 괜찮은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이 장면은 지금도 내 일기장에 별표로 표시되어 있다.
5. 하루 10분의 기록이 만든 변화
처음 3일은 의무감에 썼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서, 나는 내 말을 관찰하게 됐다.
- 내가 어떤 말투를 쓰는지
- 어떤 감정 상태에서 실수를 반복하는지
-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이 기록은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내 말과 아이의 반응을 연결하는 데이터가 되었다.
무엇보다, 감정적인 순간에도 **‘기록할 거니까 말조심하자’**는 내적 브레이크가 작동했다.
마무리 – 대화를 바꾸고 싶다면, 기록부터 시작하자
말투를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관찰’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루에 딱 10분, 아이와의 대화를 돌아보고 짧게 적어보자.
무엇을 말했는지,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그리고 다음엔 어떤 말로 바꿔볼 수 있을지를 써보면 된다.
비폭력 대화는 ‘공부’가 아니라 ‘연습’이다.
그리고 연습은 ‘기록’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늘부터 아이와의 대화를 적어보자.
달라지는 건 말투가 아니라 관계의 분위기다.
요약
- 하루 중 기억에 남는 장면 1개를 고른다
- 감정, 말투, 아이의 반응을 기록한다
- 다음엔 어떤 말로 바꿔볼 수 있을지 써본다
- 매일 10분의 기록이 아이와의 관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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