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NVC)

12편. 비폭력 대화(NVC) - 비폭력 대화를 아이가 따라 하기 시작한 순간들

beliv-talk 2025. 7. 2. 20:00

비폭력 대화(NVC)

부모가 비폭력 대화를 실천한다고 해서 아이가 곧바로 변하지는 않는다.
감정 공감, 욕구 표현, 경청의 언어는 아이에게 낯설고 어색한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아이의 말과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부모가 했던 말, 감정 표현, 공감 언어를 자기 방식으로 흉내 내기 시작한다.
그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부모에게는 큰 감동과 보상처럼 다가온다.
이번 글에서는 비폭력 대화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
아이의 언어와 태도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소개한다.

1. 감정을 말하는 아이 – “나 지금 좀 화났어”

예전엔 아이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 곧바로 울거나 물건을 던졌다.
“싫어!”, “몰라!”, “엄마 미워!” 같은 격한 표현으로 감정을 쏟아냈다.
하지만 내가 NVC 방식으로 감정을 자주 말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날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입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례 1>

장난감을 동생에게 빼앗긴 순간, 아이가 말한 첫 문장

 

“나 지금 좀 화났어. 속상해.”

이 말은 훈육이 아니라, 공감받고 싶은 요청이었다.

나는 그 순간,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를 실감했다.

2. 욕구를 말하는 아이 – “나도 그 장난감 갖고 싶어”

NVC에서는 감정 뒤에 있는 욕구를 말로 풀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부모가 “화났구나. 그 장난감 갖고 싶었지?”라고 욕구를 자주 짚어주다 보니,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 욕구를 말하기 시작했다.

<사례 2>

동생이 블록을 먼저 차지하자 아이가 말한 말

 

“나도 하고 싶었어. 순서 바꿔 하면 안 돼?”

예전 같았으면 울거나 밀쳤겠지만,
이젠 욕구를 말로 표현하고 협상을 시도했다.

이 장면을 통해 나는 아이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3. 공감을 건네는 아이 – “엄마 지금 슬퍼 보여”

비폭력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기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읽는 힘을 키워간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반복된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능력이다.

<사례 3>

내가 피곤한 날 소파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있었을 때
아이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지금 슬퍼 보여. 뭐 때문에 그래?”

이 말은 그 어떤 위로보다 큰 울림이었다.
아이의 눈을 통해 내가 보였고,
나는 그 순간 아이가 공감하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4. 책임을 인정하는 아이 – “내가 그런 건 맞아”

실수했을 때 거짓말하거나 도망치던 아이가
이젠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한다.

<사례 4>

물컵을 엎질러 놓고 숨기던 아이가 말함

 

“내가 엎질렀어. 근데 말하면 혼날까 봐 무서웠어.”

이 말은 단순히 사실을 말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두려움, 욕구(보호받고 싶음)를 함께 표현한 것이었다.

이때 나는 혼내지 않고

 

“용기 내줘서 고마워. 정직하게 말해줘서 더 믿음이 생겼어.”

라고 말해주었다.
이 대화 이후 아이는 문제를 숨기기보다 말하는 쪽을 택하게 됐다.

 

5. 아이의 언어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의 말은 부모의 언어를 그대로 담는다.
아이에게 존중과 감정의 언어를 쓰면,
그 언어는 아이 안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입에서 ‘엄마처럼 말하는 아이’가 나타난다.

NVC는 아이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
내가 먼저 바뀌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관계의 방식이다.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지만,
분명히 조금씩, 그리고 깊이 있게 일어난다.

마무리 – 아이가 바뀌는 게 아니라, 자라나는 것이다

“애가 갑자기 달라졌어요.”
그게 아니다. 아이는 원래 공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존재였다.
다만 그 방법을 몰랐을 뿐이고, 그 언어를 배울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다.

비폭력 대화는 그 언어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부모가 매일 한 번이라도 “그건 속상했겠다”, “네가 그런 기분이었구나”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그것을 기억하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똑같이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그 날이 언젠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이의 말 한마디가 달라지는 순간, 그 모든 연습이 빛난다.

 

요약

  • 감정을 말하는 아이: “화났어”, “속상해”
  • 욕구를 표현하는 아이: “나도 하고 싶어”
  • 공감하는 아이: “엄마 슬퍼 보여”
  • 책임을 말하는 아이: “내가 그랬어. 미안해”
    → 아이는 훈육이 아니라 관계 속 언어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