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 앞에서 ‘강해야 한다’는 압박을 자주 느낀다.
울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감정을 숨긴 채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감정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비폭력 대화(NVC)는 아이에게 공감하기에 앞서 부모 자신도 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엄마도 힘들어”라는 한마디는 약함의 고백이 아니라, 연결을 여는 진짜 대화의 시작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 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공유했을 때, 아이와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1. 부모는 언제 감정을 숨기게 될까?
하루 중 가장 많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어쩌면 부모일 것이다.
- 아침마다 등교 전쟁
- 쏟아지는 육아와 집안일
- 반복되는 질문과 고집
- 예고 없는 짜증과 울음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감정을 “애 앞에서 힘들다 하면 안 돼”,
“부모가 힘들다는 건 약한 모습이야”라고 판단하고 감춘다.
그 결과, 아이는 부모의 ‘참는 얼굴’만 기억하게 된다.
문제는 그 억눌린 감정이 결국 언젠가 큰 소리로, 날카로운 말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2. 감정을 표현한 첫 날 – “엄마 오늘 너무 지쳤어”
어느 날, 아이가 “엄마, 나랑 놀자”고 했을 때 나는 정말 피곤했다.
머리도 아프고, 하루 종일 쉬지 못했던 날이었다.
평소 같으면 “지금은 안 돼” 혹은 “나중에 하자”고 둘러댔겠지만,
그날은 있는 그대로 말해보기로 했다.
“엄마가 지금 너무 지쳤어. 몸도 아프고 마음도 좀 힘들어.
너랑 놀고 싶지만 지금은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아이는 잠시 나를 보더니 말했다.
“엄마가 아프면 나도 슬퍼… 그럼 엄마 쉬고 내가 조용히 있을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울컥했다.
아이에게 솔직했을 뿐인데, 아이는 내 마음을 받아줬다.
3. 감정을 말하면, 아이는 감정을 배운다
감정을 숨기면,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하지만 부모가 스스로 감정을 말하는 순간, 아이는 감정이 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예를들어,
부모의 감정 표현 | 아이가 배우는 것 |
“엄마는 지금 답답해” |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괜찮구나 |
“아빠는 속상해” | 감정을 말해도 안전하구나 |
“엄마는 혼자 있고 싶어” | 거절도 따뜻하게 할 수 있구나 |
이런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자기 감정도 말로 풀기 시작한다.
그건 훈육이나 훈련이 아니라, 함께 자라는 경험이다.
4. 감정 표현의 3단계 연습법 (실전)
비폭력 대화에서 권하는 감정 표현 공식은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1단계: 감정 인식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 예: “짜증나는 게 아니라 지쳤구나”
2단계: 감정 언어로 표현
비난이나 해석 없이, 감정 자체를 말하기
→ “엄마는 지금 걱정돼” / “엄마는 속상해”
3단계: 욕구를 함께 전달하기
감정 뒤에 있는 바람을 솔직하게 말하기
→ “조금만 조용히 쉴 수 있으면 좋겠어”
이 세 단계를 따르기만 해도
감정은 통제가 아니라 공감의 언어로 바뀐다.
5. “엄마도 사람이다”라는 메시지가 주는 힘
아이들은 부모를 전지전능하게 본다.
하지만 그 신화가 깨질 때, 아이는 혼란보다 연결을 배운다.
“엄마도 아플 수 있어”
“아빠도 무서울 수 있어”
이런 말들은 부모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를 진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진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도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마무리 – 감정을 말하는 부모가 아이와 연결된다
감정을 숨기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더 큰 방식으로, 더 날카로운 말로 튀어나올 뿐이다.
비폭력 대화는 완벽한 대화법이 아니다.
그저 진심으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해보는 연습이다.
오늘 하루, 아이에게 한 마디만 해보자.
“엄마도 오늘 조금 힘들었어. 그래도 네가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야.”
이 말 한마디가 아이의 정서를 지켜주는 가장 따뜻한 대화가 된다.
요약
감정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하자
- “엄마도 힘들어”는 약한 말이 아니라 연결의 말
- 감정 표현 공식: 인식 → 언어 → 욕구
- 아이는 감정을 말하는 부모에게 감정을 배우고 성장한다
'비폭력 대화(NVC)'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편. 비폭력 대화(NVC) - 사춘기 아이와 갈등 없이 소통하는 방법 (0) | 2025.07.01 |
---|---|
8편. 비폭력 대화(NVC) - 동생을 때린 아이에게 NVC로 대응한 날(실패와 깨달음 기록) (0) | 2025.07.01 |
7편. 비폭력 대화(NVC) - 하루 10분, 아이와의 ‘NVC 대화 일기’ 실천기 (0) | 2025.06.30 |
6편. 비폭력 대화(NVC) - "하지 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NVC식 부탁 문장 5가지 (0) | 2025.06.30 |
5편. 비폭력 대화(NVC) -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현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0)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