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NVC)

8편. 비폭력 대화(NVC) - 동생을 때린 아이에게 NVC로 대응한 날(실패와 깨달음 기록)

beliv-talk 2025. 7. 1. 08:00

비폭력 대화(NVC)

비폭력 대화를 실천한다고 해서 항상 평화로운 대화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몸으로 부딪히는 갈등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정이 먼저 터져 나오기 쉽다.
나는 어느 날, 아이가 동생을 세게 밀어버리는 장면을 목격했고,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비난이 튀어나왔다.
"너 왜 또 동생을 때려!"
그날 나는 비폭력 대화를 잊고, 감정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그 장면을 기록하면서, 나는 아이의 행동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속에 숨겨진 감정과 욕구를 읽는 법을 다시 배웠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상황 속 실패 사례와 회복의 대화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1. 사건의 시작 – 동생을 민 순간

그날은 평범한 주말 오후였다.
첫째(7세)는 블록을 쌓고 있었고, 둘째(3세)는 옆에서 따라 하며 장난을 쳤다.
순간, 둘째가 블록을 쓰러뜨리자 첫째는 소리도 없이 일어나
둘째를 양손으로 밀쳐 넘어뜨렸다.

 

“너 뭐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고함이 터졌다.
둘째는 울고, 첫째는 눈을 피했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아이의 ‘행동’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반사적으로 비난과 통제부터 했다.

2. 첫 반응 – 감정 폭발과 후회

“동생을 밀면 안 되지! 왜 자꾸 때려!”
“말로 하랬잖아! 몇 번을 말했니?”

 

이 말들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그 말들은 내 놀람, 분노, 그리고 당혹감에서 튀어나온 감정의 파편들이었다.
아이는 나를 보지 않았다. 시선을 피하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지금 이 아이에게 필요한 건 꾸중이 아니라 이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감정을 가라앉힌 후, 다시 시작된 대화

나는 아이와 둘이 방에 들어갔다.
깊게 숨을 쉬고, 감정을 가라앉힌 후, 이렇게 물었다.

 

“동생이 블록을 무너뜨렸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아이는 작게 대답했다.

 

“짜증 났어… 힘들게 만들었는데…”

나는 다시 물었다.

 

“그 블록은 네가 오랫동안 만든 거였지?

무너져서 속상했겠다. 엄마도 그런 기분 알아.”

그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얘가 맨날 이래.”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좌절, 무시당한 느낌, 자기 공간이 지켜지지 않는 불편함.

4. 아이의 욕구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날 아이는 ‘폭력적인 행동’을 했지만,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정당한 욕구가 있었다.

감정 욕구
짜증, 분노 보호받고 싶음, 노력 인정받고 싶음
외면 이해받고 싶음
공격성 통제력 회복 욕구, 자율성
 

비폭력 대화는 바로 이 행동 이면의 욕구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는 아이에게 말해줬다.

 

“블록 무너진 게 너무 속상했고,

네가 만든 걸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구나.”

아이는 나를 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근데 동생은 아무 생각 없이 해… 그래서 더 싫었어.”

5. ‘때린 행동’은 멈추되, ‘감정과 욕구’는 지지한다

내가 가장 조심했던 건 이거였다.
행동은 멈춰야 하지만, 감정은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동생을 밀친 건 위험했어. 그건 다시 하지 않기로 하자.

그런데 너의 마음은 잘못된 게 아니야.
속상했던 건 너무 잘 이해돼.”

 

이 말은 ‘혼내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계 안에 공감과 연결이 들어 있었다.

마무리 – 실패한 날이 가장 큰 배움이 되는 날

나는 그날 NVC를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실패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걸 배웠다.

  • 내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면, 말은 통제가 된다
  • 아이의 행동보다 마음을 먼저 봐야 한다
  • 폭력적인 행동조차 ‘표현되지 못한 욕구’ 일 수 있다

비폭력 대화는 완벽한 말투가 아니라, 실패해도 돌아오는 연습이다.
그날 나는 아이와 싸웠지만, 결국 아이와 다시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 연결은 꾸짖음이 아닌 이해에서 시작되었다.

 

요약

  1. 감정 폭발 후 ‘내 감정’을 먼저 인식
  2. 아이의 욕구를 파악하고 공감으로 접근
  3. 행동의 경계를 세우되, 감정은 지지한다
    → 비폭력 대화는 ‘실패 후 회복하는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