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했어.” “몰라.” “그거 내가 안 망가뜨렸어.”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부모는 당황스럽고 속상하다.
아이에게 정직을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신뢰를 잃은 걸까?’ 하는 불안이 동시에 밀려온다.
이럴 때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추궁하거나 혼낸다.
하지만 거짓말을 벌로 다스리는 방식은 오히려 아이를 더 ‘숨기게’ 만든다.
비폭력 대화(NVC)는 거짓말을 단순히 ‘나쁜 행동’이 아닌, 무언가를 보호하려는 선택으로 본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고 대화로 회복하는 법을 소개한다.
1. 아이는 왜 거짓말을 할까? – 감정과 욕구부터 본다
부모는 종종 아이의 거짓말을 “나쁜 습관”으로 단정짓는다.
하지만 NVC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은 감정을 피하거나, 욕구를 지키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예를 들어:
상황 | 아이의 감정 | 숨은 욕구 |
실수하고 “안 했어”라고 부정 | 두려움, 수치심 | 처벌 회피, 보호받고 싶은 욕구 |
숙제 안 하고 “다 했어”라고 말함 | 피로, 압박감 | 자유, 인정받고 싶은 마음 |
잘못해 놓고 “모른다” 회피 | 불안, 자기방어 | 비난 피하기, 관계 유지 욕구 |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일 수 있다.
2. 거짓말을 들켰을 때,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 유지’
많은 부모가 “왜 거짓말했어?”라며 추궁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관계를 단절시키는 시작점이 된다.
추궁형 질문 vs NVC식 대화
일반적 반응 | NVC식 반응 |
“이게 뭐야? 또 거짓말했지?” | “이걸 숨긴 걸 보니 무언가 걱정되는 게 있었던 거구나.” |
“몇 번을 말했니, 정직하라고!” |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려운 순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
아이에게 거짓말을 고백하게 하려면,
신뢰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
3. 실제 사례 – 고장 낸 장난감을 숨긴 아이
<상황>
7세 아들이 동생 장난감을 부쉈지만,
“나 안 만졌어”라고 말함. 이미 CCTV로 확인된 상황.
<나의 첫 반응>
“네가 그랬잖아. 왜 또 거짓말해? 솔직하게 말하라니까!”
→ 아이는 말이 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음.
<감정 다스린 후, 다시 말한 문장>
“그 장난감이 망가졌을 때 말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
혹시 혼날까 봐 겁났던 거야?”
→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고장 낸 거 맞아… 미안해”라고 말함.
이 한 마디 뒤, 아이는 오히려 스스로 고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 경험은 거짓말을 추궁하지 않아도 신뢰와 책임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4. NVC가 권하는 ‘거짓말 대응 대화법’ 3단계
비폭력 대화는 거짓말 상황에서도 책임을 묻기 전에 연결부터 하라고 말한다.
1단계: 감정 추측 + 공감 전달
“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혹시 혼날까 봐 그랬던 거야?”
2단계: 사실 확인은 부드럽게
“나는 이 장난감이 망가진 걸 봤어.
그 상황을 네 입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3단계: 욕구 전달 + 요청
“엄마는 네가 정직하게 말해줘서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엔 그런 일이 있으면 먼저 말해줄래?”
→ 이렇게 하면 아이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신뢰를 지키는 방법을 배운다.
5. 거짓말 이후의 대화가 아이를 바꾼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거짓말을 했을 때 어떻게 대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이가 “거짓말하면 무조건 혼난다”고 믿으면
→ 거짓말은 더 정교해진다
아이가 “말해도 이해받을 수 있다”고 느끼면
→ 점점 더 솔직해진다
NVC는 바로 그 솔직해질 수 있는 ‘관계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방식이다.
마무리 – 거짓말을 대하는 태도가 아이의 정직성을 만든다
아이는 거짓말로 실수를 덮으려 한다.
하지만 부모가 그 실수 위에 이해와 신뢰를 얹어주면,
아이는 거짓말이 아니라 책임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오늘 아이가 뭔가를 숨기거나 말하지 않았을 때,
“왜?”라고 묻기 전에 이렇게 말해보자.
“지금 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마음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어.”
이 말은 아이에게
정직은 혼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만드는 일이라는 감각을 심어줄 수 있다.
요약
- 거짓말은 감정을 숨기기 위한 방어일 수 있다
- 추궁 대신 감정 + 욕구를 읽어주는 말이 먼저
- “왜 그랬어?” 대신 “말하기 어려웠겠구나”
- 거짓말 이후 대화가 아이의 정직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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